[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맞은 다음에, 두려움이 상당했다.”

KIA 타이거즈의 여름 대반격에 외야수들이 많이 조명된다. 그러나 내야수 박민(24)과 김규성도 묵묵히 공수에서 제 몫을 한다. 특히 김선빈과 윤도현의 부상으로 2루수로 많이 뛰는 박민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야탑고를 졸업하고 2020년 2차 1라운드 6순위로 입단한 오른손 내야수.

이범호 감독은 1일 광주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수비는 (박)찬호에게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괜히 1라운더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MBC스포츠플러스 박재홍 해설위원은 지난달 29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박민의 수비를 극찬했다.

일반적으로 내야수들은 타구에 대한 반응 속도가 굉장히 중요하다.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느냐가 아웃과 실책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된다. 그래서 미리 다리를 움직이는, 일종의 무빙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게 지도자들의 설명이다. 상식적으로 가만히 있다가 타구를 따라가는 것보다 미리 다리를 움직이다가 타구를 따라가는 게 훨씬 반응 속도가 빠르다.

박민은 당시 1회말 리드오프 신민재의 타구를 백핸드로 잡아 역동작으로 1루에 송구,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엄청난 호수비였다. 그러자 박재홍 해설위원은 “준비과정이 남다르다. 남들보다 반발에서 한발 정도 빠르다. 왼발이 먼저 움직이고 오른발이 나간다”라고 했다. 자신을 기준으로 우측으로 몸을 날려야 할 땐 순간적으로 발을 바꿔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신민재 타구 처리가 대표적 케이스.

이범호 감독은 전혀 놀라워하지 않았다. “민이가 원래 수비를 잘 했다. 찬호에게도 뒤지지 않는 수비력이다. 그런데 퓨처스나 여기에서 타석에서 자신감이 조금 부족했다. 퓨처스에서도 좀 치다 여기서 안 맞으면 성적이 몇 경기 쭉 안 좋고 그랬다”라고 했다.

타격은 아쉬워도 수비가 워낙 좋아서 1라운드로 뽑혔던 선수다. 투수를 포기하고 내야수를 뽑을 정도면 박민에 대한 실링을 분명히 기대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박민에겐 김선빈과 윤도현이 없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17경기서 32타수 8안타 타율 0.250 1홈런 3타점 4득점 OPS 0.752. 역시 타격은 부족하다. 그러나 1군에서 계속 뛰면 시행착오를 겪고, 발전하는 과정을 밟을 수 있다. 이범호 감독은 “타격기술도 많이 좋아졌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박민이 그동안 타격에서 발전 속도가 빠르지 않았던 이유를 안다. 2군 총괄코치 시절, 박민과의 면담을 기억했다. 그는 “민이가 처음에 왔을 때, 퓨처스에서 게임을 하다 공에 얼굴을 맞았다. 그게 타자에게 굉장히 심리적 압박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퓨처스 총괄코치가 되고 민이하고 얘기를 했는데, 그 두려움이 상당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사구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그것을 떨쳐내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이범호 감독은 “그런 것을 없애려고 특타도 많이 시켰다. 확실히 시간이 좀 지나야 하는 것 같다. 지금은 전혀 두려움 없이 플레이 한다. 자기한테 맞는 타격자세도 갖춰 나가고 있다. 야수는 데뷔하고 5년이 지나야 자기가 갖고 있는 기량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다”라고 했다.

지금 박민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다. 주전들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지만, 박민은 자신의 야구를 보여주는데 집중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