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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 프로 선수 식단 맞아요?" 2군 식당에 대체 무슨 일이 생겼나

  • 2025-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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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그동안은 당연히 선수들이 맛있어하는 음식들이 위주로 나왔죠. 그런데 프로 야구 선수들의 식단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먹는 것부터 훈련이다. SSG 랜더스 퓨처스팀이 식단을 완전히 바꿨다. 보통 2군 구장의 식당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프런트 직원들이 주로 이용한다. 특히 2군 구장내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저연차 선수들은 삼시세끼를 전부 구내 식당에서 이용한다.

한때는 어느 2군 구장의 밥이 가장 맛있나가 화두였다. 몇몇 팀들은 2군 구장 밥이 너무 맛있어서 2군에 내려가면 오히려 살이 쪄서 돌아온다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였다.

SSG 강화 퓨처스필드 역시 마찬가지. 대부분의 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 종류는 한식. 얼큰하고 걸쭉한 찌개나 구수한 국물을 곁들인 고기 반찬이 가장 인기가 좋다. SSG 퓨처스필드 식당도 이런 음식들을 위주로 구성해왔었다.

SSG랜더스는 올 시즌 퓨처스 통합 육성 인프라의 전면 리뉴얼을 추진하면서, 유망주들의 퍼포먼스 향상을 위한 핵심 요소로 '선수 피지컬의 변화'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선수 개인의 신체 특성에 맞춘 맞춤형 피지컬 관리뿐 아니라, 야구 선수에게 최적화된 영양과 식단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수개월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 5월부터 식단 체질 개선 프로그램을 본격 도입했다.

이번 변화는 SSG의 육성 방향성과 함께, 현장에서 직접 선수들을 지도하는 김기태 2군 컨디셔닝 코치, 그리고 식단 운영을 책임지는 이선희 영양사(아워홈 SSG랜더스강화점 점장)의 협업이 큰 힘이 됐다.

아내와 함께 아이의 이유식을 만들기 시작하다가, 스포츠 영양학에 관심이 생겼고 관련 자격증까지 딴 김기태 코치는 "원래는 평범한 식단이었다. 여름에는 시원한 음식이 나오고,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맵고, 짜고, 달달한 음식들이 주를 이뤘다. 영양사님들이 잘못한 게 아니라 그분들 입장에서는 선수단 식단도 고객 만족이 우선이니까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줘야 다들 맛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식단이 운동 선수에게는 맞지 않다. 운동 선수에게 필요한 영양 성분이 포함되는 식단을 구성해보기로 했고, 마침 구단에서도 지원을 해주셔서 성사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 코치가 SK 와이번스에 합류했던 10년전과 비교하면, 지금의 변화는 "산업혁명 수준의 차이"라고 이야기했다.

사실 몇년 전에도 SSG는 2군 식단을 채소와 고단백질 위주로 대폭 개선했다가, 선수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다시 원래 식단으로 복귀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 변화는 선수들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고단백, 좋은 기름, 양질의 탄수화물 섭취에 신경을 쓰되 맛도 있는 조합을 고민하고, 식단에 반영 중이다.

운동선수가 '밥심'이라는 것도 옛말이다. 좋은 단백질과 섬유질을 듬뿍 접할 수 있게 해주면서 정제 당 섭취를 지양하고, 통밀, 호밀 등 질 높은 탄수화물을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 있도록 식단을 구성하고 있다.

김기태 코치는 "선수들에게는 좋은 단백질이 들어간 음식이 최우선이고, 지방도 건강한 지방이 필요하다. 탄수화물 역시 양질의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한다"면서 "선수들의 만족도도 훨씬 높다. 코치님들이나 직원들도 '오히려 전보다 더 맛있다'고 이야기 하실 정도"라며 웃었다.

지난해 5월부터 퓨처스필드 식당의 식단을 담당하는 이선희 영양사도 마침 올해 5월 스포츠영양학 자격증을 취득했다. 공통점이 있어 트레이닝 파트와 수월하게 소통하면서, 일주일 단위로 식단 구성을 논의한다. 혹시 대체가 가능한 식단은 또 다른 메뉴로 바꿔보기도 하면서 선수들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는 식단 구성을 위해 노력 중이다.

'운동 선수라면, 식단 조절은 당연한 것 아니야?'라는 의문이 있을 수도 있지만 사실 야구는 축구, 농구, 배구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체중 관리가 필요한 종목은 아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고 지방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실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고, 각자에게 맞는 최적의 몸 상태를 찾는 게 더 우선이기 때문에 식단은 자유로운 편이다.

또 시즌 중에는 거의 매일 경기가 있는 야구 종목의 특성도 식습관에 큰 영향을 끼친다. 경기 전에는 굶거나 가볍게 먹고, 경기가 끝난 야간에 과식을 하거나 고기 등 과도한 영양분을 섭취하는 게 일종의 루틴이 된 선수들도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체력 관리가 어렵기도 하다.

그래서 일단 2군부터 식습관을 바꿔보기로 했다. 원정 경기가 많고 스케줄 관리가 어려운 1군 선수단 식단 전체를 당장 바꾸기는 어려워도, 유망주들이 많은 2군 선수들부터 식단 개선을 통한 몸의 변화를 체득해보자는 게 트레이닝 파트와 SSG 2군 프런트 직원들의 목표다.

배식 순서도 바꿨다. 자율 배식 형태인 퓨처스필드 식당은 원래 밥과 메인 메뉴가 먼저 놓여있고, 마지막에 샐러드를 비롯한 채소 메뉴들이 배치돼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채소와 샐러드를 먼저 집고, 마지막에 쌀밥과 메인 메뉴를 집을 수 있게끔 순서를 바꿔놓았다. 또 일반면보다는 해초면, 당도가 높은 드레싱보다 건강한 드레싱, 튀기고 볶은 요리보다는 오븐에 구운 요리 등을 내놓으면서 맛과 영양 두가지를 모두 잡는게 목표다.

영양사와 조리 직원들의 노고와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트레이닝파트에서 까다로운 식단을 요구하면, 정해진 예산 안에서 식단을 짜야하는 영양사가 힘들 수밖에 없고 조리 직원들 역시 손이 더 많이가는 고생을 하게 된다. 그런데 SSG 퓨처스팀과 거의 일심동체가 되어 뜻을 모으고 있다.

이선희 영양사는 "식단을 바꾸기로 하고 매일 밤 10시, 11시에 퇴근했었다. 조리법이나 배식 등 신경쓸 게 워낙 많았다. 또 단가가 정해져있다보니까 한정적일 수 있어서, 한끼 식단이 조금 비싸게 나가면 다른 한끼는 조금 더는 식으로 유연하게 조절하는 것도 필요했다"면서도 "그래도 여자배구단에서도 근무하셨던 조리실장님을 비롯해 많이 도와주셔서 변화에도 적응해나가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달달한 시리얼, 통조림햄, 베이컨, 소시지가 인기였던 퓨처스필드 아침 식사는 이제 아보카도, 호밀빵, 그릭요거트, 오트밀 등이 채우고 있다. 구단에서 '닥터유'와 협약을 맺고 선수단에 단백질 보충제를 지원하고 있으며 추가 구매도 예정돼있다. 또 경기 도중 에너지 보충을 위해 바나나, 감자, 고구마, 달걀, 두유 등 양질의 간식이 제공된다.

김기태 코치는 "저도 건강식들을 여러 조합으로 계속 먹어보면서, 어떻게 먹는 게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 선수들에게도 맛있게 질 좋은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그릭요거트와 블루베리, 호밀빵 조합으로 SNS에서 인기인 '전남친 토스트'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입에 당기는 음식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이선희 영양사는 "강화 기숙사에서 지내는 선수들도 있는데, 너무 건강식만 먹게 하면 오히려 외부에서 배달 음식을 시키거나 사와서 먹게 된다. 제가 '석식은 너무 제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드려서, 저녁때는 부대찌개나 마라떡볶이, 삼겹살 등 이런 인기있는 메뉴들을 내고 있다. 다행히 SSG 선수분들이 대부분 맛있다고 해주시고, 또 친근하게 맛이 없는 메뉴는 맛이 없다고 이야기도 해주셔서 식단을 짜는게 훨씬 더 수월하다"며 미소지었다. 인기있는 메뉴를 낼 때도 대신 조리법이나 사용하는 재료를 적절히 조절하는 방식이다. 일석이조. 대학생, 고등학생 아들 둘을 둔 엄마의 마음이 선수들에게 음식으로 도움을 주고싶다는 책임감으로 이어졌다.

선수들도 변화를 체감한다. 외야수 박정빈은 "평상시에는 잘 못챙겨먹는 건강한 음식들 위주로 섭취를 하니까 몸 회복이 잘되는 것을 느낀다"면서 "예전에는 무조건 살을 찌우려고 삼겹살, 라면 이런 음식들을 잔뜩 사다놓고 먹었었다. 지금은 식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 도움이 된다. 지금 날씨가 더워지고 있는데 확실히 작년보다 덜 지치는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김기태 코치는 "현재 진행 중이지만, 화제가 됐던 오타니 쇼헤이 선수의 혈액 체질 검사나 소변 검사 등 테스트를 통해서 선수 개개인에 맞추는 식단도 더 구체화해보려고 한다"면서 "식단 하나 바뀌었다고 지금 당장 선수들이 홈런을 하나 더 치거나 삼진을 하나 더 잡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3년 뒤 청라돔에서 뛰는 선수들을 만드는게 목표인만큼, 식단 하나하나부터 바꿔서 건강한 신체부터 먼저 가꿔가는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사소해보여도, 이 정도의 변화는 KBO리그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대개혁이다. 다른 구단들은 하고싶지 않아서 안하는 게 아니다. 인건비도 더 많이 들고, 구성원 한명 한명의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구단의 지원은 물론이다. 단체 생활, 원정이 많은 야구의 특성, 한국인 특유의 식습관 등 현실적인 장벽이 너무나도 많아 그동안 바꾸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그 변화를 SSG가 시작했다.

구단의 '특급 지원'에 이제 선수들이 응답해줄 차례다. 이제 프로 야구 선수들에게 영양 관리는 필수이자 의무. 체계적인 몸 관리를 돕는 시스템과 환경이 마련된만큼, 완벽한 자기 관리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만 남았다.

강화=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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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 경기 승점
1 리버풀 38 25 9 4 84
2 아스날 38 20 14 4 74
3 맨시티 38 21 8 9 71
4 첼시 38 20 9 9 69
5 뉴캐슬 38 20 6 12 66
6 에스턴 빌라 38 19 9 10 66
7 노팅엄 38 19 8 11 65
8 브라이턴 38 16 13 9 61
9 본머스 38 15 11 12 56
10 브렌트포드 38 16 8 14 56
11 풀럼 38 15 9 14 54
12 펠리스 38 13 14 11 53
13 에버튼 38 11 15 12 48
14 웨스트햄 38 11 10 17 43
15 맨유 38 11 9 18 42
16 울버햄튼 38 12 6 20 42
17 토트넘 38 11 5 22 38
18 레스터 시티 38 6 7 25 25
19 입스위치 38 4 10 24 22
20 사우샘프턴 38 2 6 3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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