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가 최고의 빅매치로 펼쳐진다. 여름 레이스 상승세를 앞세워 상위권으로 뛰어오른 4위 KIA 타이거즈와 1992년 이후 처음으로 전반기 1위를 확정한 한화 이글스가 양보 없는 맞대결을 벌인다.

KIA와 한화는 8일부터 10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3연전을 연다. KBO 올스타전(11~12일)을 앞두고 진행되는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이다. 이번 시리즈가 끝나면 일주일 휴식기가 찾아오는 만큼 양쪽 모두 총력전을 예고하고 있다.

홈팀 한화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KIA와의 맞대결을 준비한다. 앞선 4~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을 싹쓸이하면서 남은 3연전 결과와 상관없이 전반기 1위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단일리그 기준 한화의 페넌트레이스 전반기 1위 등극은 전신 빙그레 시절인 1990년과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각각 승률 0.566(30승 23패)와 0.642(38승 1무 21패)로 올스타전을 맞이했다. 이후 30년 넘는 세월 동안 전반기 꼭대기를 차지하지 못했지만, 올 시즌에는 0.598의 승률(49승 2무 33패)로 활짝 웃었다.

KIA의 분위기도 한화 못지않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한 KIA는 김도영과 나성범, 김선빈, 이의리 등이 줄부상으로 낙마하면서 개막 초반 힘을 내지 못했다. 5월 한때 7위까지 내려앉으면서 올 시즌 전망이 좋지 못했지만, 6월 승률 1위(0.682)를 앞세워 4강권까지 올라섰다. 최근에는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를 제치고 2위까지 올라왔다가 6일 광주 롯데전에서 2-5로 져 4위가 됐다. 그러나 공동 2위 롯데, LG와의 격차는 불과 0.5경기로 이번 3연전 결과로 순위가 다시 뒤바뀔 수 있다.

올 시즌 한화는 ‘방패’로, KIA는 ‘창’으로 대표되는 야구를 펼쳤다. 11승의 코디 폰세, 10승의 라이언 와이스가 마운드를 지키는 한화는 팀평균자책점 3.39로 전체 1위다. 팀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도 1.25로 역시 1위를 달리고 있다. 팀타율 4위(0.256),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팀OPS 6위(0.711)로 공격력이 강하지는 않지만, 탄탄한 선발진의 힘을 내세워 지키는 야구를 했다.

KIA는 색깔이 조금 다르다. 팀타율 4위(0.261), 팀OPS 3위(0.747)로 상대 마운드를 위협했다. 주전 타자들이 빠진 자리를 1.5군급 선수들이 확실하게 메워줬다. 대신 투수 부문 지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팀평균자책점은 4점대가 넘는 5위(4.13), 팀WHIP는 6위(1.40)다. 불펜투수인 전상현이 8승의 애덤 올러 다음으로 많은 6승을 거뒀다는 점이 KIA의 어려움을 대신 말해준다.

문동주-엄상백-황준서로 3연전 선발투수를 꾸릴 한화는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격차를 벌린 채 휴식기를 맞이하기 위해선 KIA와의 3연전 결과가 중요하다. 과거 기억도 한화의 방심을 막아선다. 전반기 1위를 기록한 1990년과 1992년 모두 초반 기세가 우승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1990년에는 페넌트레이스 최종 순위가 3위로 내려앉았고, 가을야구에선 준플레이오프에서 바로 탈락했다. 1992년에는 전반기 상승세를 앞세워 페넌트레이스 1위까지 거머쥐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박동희가 버틴 롯데 자이언츠의 벽을 넘지 못했다.

KIA는 윤영철-양현종-제임스 네일로 전반기 마지막 맞대결을 준비한다. 선발진 싸움은 백중세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타격감이 뛰어난 김호령과 고종욱, 오선우 등이 전반기 막판까지 힘을 낸다면 적지에서도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