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KBO 역수출의 신화가 이렇게 무너지는 걸까. 한국에서 MVP를 차지했던 투수 에릭 페디(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메이저리그 복귀 2년차를 맞아 난관에 부딪쳤다. 선발 자리마저 박탁당할 위기에 놓였다. 

페디는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1⅓이닝 2피안타 4볼넷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세인트루이스가 0-11 완패를 당하며 페디는 시즌 9패(3승)째를 당했다. 

1회 1사 후 카일 터커에게 볼넷을 내준 뒤 2루 도루를 허용한 페디는 피트 크로우-암스트롱에게 좌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줬다. 크로우-암스트롱도 2루를 훔친 가운데 페디는 마이클 부쉬를 8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시키면서 제구가 계속 흔들렸다. 댄스비 스완슨을 2루 뜬공 처리하며 추가 실점 없이 마쳤지만 1회에만 35개의 공을 던지며 힘을 뺐다. 

결국 2회를 버티지 못했다. 니코 호너에게 우측 2루타를 맞은 뒤 폭투로 1사 3루 위기를 초래한 페디는 맷 쇼와 이안 햅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1사 만루에서 결국 존 킹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1점밖에 주지 않았지만 제구가 너무 좋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복귀 후 개인 최소 1⅓이닝 강판. 다음 투수 킹이 터커에게 우중간 2타점 적시타를 맞아 페디는 3실점으로 마쳤다. 

총 투구수가 53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스트라이크(27개), 볼(26개) 비율이 엇비슷할 만큼 제구가 흔들렸다. 최고 시속 94.6마일(152.2km), 평균 93.2마일(150.0km) 싱커(15개)를 비롯해 스위퍼(18개), 커터(12개), 체인지업(8개)을 구사했지만 헛스윙은 스위퍼로 이끌어낸 2개가 전부였다. 

3경기 연속 부진이다. 지난달 26일 컵스전에서 3⅔이닝 8피안타 2볼넷 2탈삼진 7실점으로 무너진 페디는 1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도 5이닝 10피안타(1피홈런) 3볼넷 7실점으로 2경기 연속 뭇매를 맞았다. 7일 컵스전까지 3경기 연속 부진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MLB.com’에 따르면 이날 경기 후 올리버 마몰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향후 페디의 활용법에 대해 “내일(8일) 휴식일이니 그 시간을 활용해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한시적으로라도 선발 로테이션 제외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날 조기 강판된 뒤 자신의 투구 영상을 다시 돌려봤다는 페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분명 지금 상황이 꽤 엉망이니 뭔가를 해야 한다”고 스스로 변화를 다짐했다. 

2023년 KBO리그 NC 다이노스에서 투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MVP를 거머쥔 페디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빅리그로 복귀 첫 해였던 지난해 31경기(177⅓이닝) 9승9패 평균자책점 3.30 탈삼진 154개로 ‘KBO 역수출’ 성공 사례를 썼다. 7월말 가을야구 경쟁을 펼치던 세인트루이스로 트레이드될 만큼 선수 가치를 스스로 높였다. 

그러나 올해는 18경기(94이닝) 3승9패 평균자책점 4.79 탈삼진 57개로 기대 이하 성적. WHIP(1.16→1.47), 피안타율(.233→.259) 모두 지난해보다 나빠졌다. 9이닝당 탈삼진(7.8개→5.5개)이 줄어든 반면 9이닝당 볼넷(2.6개→4.3개)가 늘었다. 헛스윙 유도율(21.6%→17.4%)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탈삼진율 하위 2%로 타자들의 배트가 페디의 공에 쉽게 따라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5월10일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데뷔 첫 완봉승을 거둔 페디는 그러나 이후 10경기에서 승리 없이 6패 평균자책점 5.70으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2년 계약이 끝나 다시 FA가 되는 페디로선 답답한 상황이다. 남은 시즌에 반등하지 못하면 FA 대박은커녕 메이저리그 계약도 장담할 수 없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