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서는 순천북초-여수중-순천효천고를 졸업하고 2022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1번으로 한화에 입단했다. 고3 시절 이만수 포수상을 받았고 지난해 0.492에 이어 올해도 0.429의 높은 도루 저지율로 강한 어깨를 프로에서도 인정받은 차세대 안방마님이다.

지난해 국군체육부대(상무)를 제대하고 한화로 복귀한 그가 야구팬들에게 주목받은 건 지난 6월이었다. 6월 10일 서산 두산 2군과 퓨처스 경기에서 3연타석 홈런을 친 그는 11일 서산 두산 2군과 경기에서도 2회말 좌월 솔로포를 쏘아 올리며 4연타석 아치를 그리는 데 성공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퓨처스리그 공식 기록이 확인할 수 있는 2010년 이후 4연타석 홈런은 허인서가 3번째다. 앞서 2018년 경찰야구단 이성규와 2024년 NC 한재환이 달성했다. KBO리그에서도 2000년 박경완 현 LG 1군 배터리코치, 2014년 당시 삼성의 야마이코 나바로, 2017년 당시 한화의 윌린 로사리오 3명밖에 해내지 못한 대기록이었다.

한 경기 좋았던 타격감이 그다음 날에도 이어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허인서는 6월 11일 경기에서도 곧장 초구를 좌측 담장 밖으로 넘겼고 한국야구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게 됐다.

허인서는 "솔직히 4번째 홈런은 기록을 의식하면 생각이 많아질 것 같아서 빨리 초구를 치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게 넘어갔다. 4연타석 홈런을 치고 다음 타석에서도 1타점 적시타를 쳤는데 더그아웃에서 형들이 탄식했다고 했다. 나는 아예 기대하지 않았는데 형들은 한 것 같다. 오히려 나는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 홀가분했다. 4연타석 홈런도 의식했으면 못 쳤을 것"이라고 웃었다.

보통 계속해서 홈런을 치다 보면 스윙이 커져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지고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허인서는 정반대였다. 홈런을 치기 전까지 0.236에 머물던 타율을 홈런 4개로 0.278까지 끌어올린 뒤, 이후에도 꾸준히 타격감을 유지해 36경기 타율 0.294(102타수 30안타) 8홈런 23타점, 8볼넷 16삼진, 출루율 0.342 장타율 0.578을 기록 중이다.

허인서는 "그전에도 감이 엄청 안 좋은 건 아니었는데 신기하게 4연타석 홈런 이후 잘 맞은 타구도 많이 나오고 타이밍이 잘 맞았다. 이후로도 내가 자신 있는 공에는 망설이지 않고 자신 있게 돌리고 있다. 4연타석 홈런이 여러모로 내겐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허인서는 "매번 한국 코치님들과 하다가 쓰루오카 코치님을 만나니까 새로운 것들이 많이 있다. 쓰루오카 코치님은 무조건 자신에게 맞추라고 하지 않으시고 대화를 많이 하면서 나와 맞춰가려는 스타일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또 한국말을 생각보다 잘하셔서 선수들도 편하게 다가간다. 선수들에게 '네가 이런 부분이 안 좋다, 좋다' 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단, 툭 던져놓고 선수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알아서 보완할 수 있게끔 하신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화 1군은 이재원(37)-최재훈(36) 두 베테랑 안방마님의 안정적인 리드 속에 33년 만에 전반기 1위를 확정하는 등 순항 중이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전반기 남은 3경기는 그동안 기회를 받지 못했던 선수들을 위해 쓰고 싶어 했고, 허인서 역시 그중 하나다.

허인서는 "공·수에서 매년 발전하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1군에서 내 것을 보여주려고 욕심내면 더 안 될 것 같아서, 잘하든 못하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잘하려 한다. 기술적인 걸 떠나서 퓨처스에서처럼 자신 있게 돌려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