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대전 김진성 기자] “뜻하지 않게 1위.”

한화 이글스는 1992년 이후 33년만에 전반기 1위를 차지했다. 전반기에만 52승33패2무를 기록했다. 선두독주의 조짐도 보인다. 1999년 이후 26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김경문(67) 감독은 2004년 두산 베어스에서 지휘봉을 처음으로 잡은 뒤 21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김경문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만 아니라 지휘봉을 잡은 팀에서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적도 없다. 2004년부터 2011년 두산, 2012~2018년 NC 다이노스, 2024년 한화 이글스 모두 정규시즌 1위와 인연이 없었다. 최고성적은 정규시즌 2위였다.

한화는 올해 코디 폰세라는 초특급 에이스에 라이언 와이스의 업그레이드, 류현진과 문동주의 각성으로 강력한 1~4선발을 구축했다. 김서현이 리그 최정상급 마무리로 성장했고, 한승혁, 박상원, 주현상 등으로 필승계투조도 확실하게 구축했다.

타선이 상대적으로 화력이 약한 건 맞다. 전반기 막판 연승 과정에서 잘 터졌지만, 냉정히 볼 때 최근 한국시리즈 우승팀들과 비교하면 무게감이 약간 떨어진다. 그러나 고질병이던 수비와 주루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김경문 감독표 뛰는 야구가 완전히 장착됐고, 더 이상 쓸데없는 추가 진루를 내주지 않는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냉정했다. 10일 KIA와의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일단 외국인 선발투수들을 잘 뽑았다. 그러면서 팀이 조금 안정감이 생겼다. 수비, 타격, 주루에서 골고루 좋은 플레이가 나오면서 사실 뜻하지 않게 1위 하고 있는 건 맞아요”라고 했다.

왜 ‘뜻하지 않게’일까. 김경문 감독은 “솔직히 말해야죠. 우리가 1등을 하겠다, 이렇게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하다 보니까 때마침 운도 좀 따랐고, 또 연승도 하게 됐고, 1위에 올랐다”라고 했다. 사실 강력한 우승후보 KIA 타이거즈가 부상자 속출로 전반기 중반까지 부진했고, LG 트윈스도 전반기 막판 투타 언밸런스에 시달리며 주춤한 덕을 보긴 했다.

그러나 이 기회를 잡는 것도 능력이다. 1위의 기회,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회는 절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김경문 감독은 “이런 기회가 선수들도 마찬가지고 나도 마찬가지고. 나도 감독 20년 넘게 했지만 이런 기회가 자주, 많이 오는 게 아니거든. 그런 걸 선수들이나 스텝이 알고 있으니까 끝까지 잘 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어쨌든 전반기가 끝난 시점에서 한화가 정규시즌 우승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건 사실이다. 한화만큼 각 파트의 조화가 좋은 팀도 없다. 김경문 감독은 결국 부상을 얘기했다. “다른 팀들보다 주전들의 부상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이 성적을 내고 있다”라고 했다. 부상자가 없는 팀이 결국 강팀이다.

김경문 감독은 “후반기에 57경기를 한다. 주전들의 부상이 없어야 한다. 빠진 가운데 경기를 하는 게 쉽지는 않으니까. 감독들이 부상 걱정을 하지만, 그게 뭐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다. 후반기에도 큰 부상 없이 잘 조절하면서 마치고 싶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