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흐름의 경기다. 정규시즌 전체 레이스 또한 흐름과 흐름의 연결로 움직인다.올시즌 프로야구는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2가지 ‘변수’가 생겼다. 지난해 단축됐던 올스타 휴식기가 일주일로 다시 조정됐다. 여기에 KBO리그의 새로운 아이템인 4연전 시리즈로 후반기가 시작된다.대부분 구단은 휴식기를 기다렸다. 일주일간의 호흡 조절로 새 힘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연승으로 기분 좋게 전반기를 마친 선두 한화를 비롯해 초여름 이후 고전해온 2위 LG와 각종 악재에도 필사적으로 버틴 3위 롯데, 여기에 1.5군급 새 얼굴로 반등하며 ‘권토중래’의 때를 기다린 KIA 등 상위권 팀 모두가 후반기를 자신의 시간을 만들기 위한 시나리오를 써놓았다.예컨대 한화는 외국인 에이스 코디 폰세 일정을 지난 4일 키움전 이후 휴식 모드로 전환하며 전반기 선두 싸움 주동력이던 선발진이 충전 효과로 더 견고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 또한 양적, 질적으로 경쟁력 있는 불펜 뎁스가 본격적으로 발휘될 시점이 올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롯데는 맞불 승부수를 적극적으로 던지는 김태형 감독의 전술에 따라 상대적으로 스태미너 소모가 컸던 불펜진의 원기회복과 함께 ‘처음처럼’ 굳세게 다시 싸울 채비를 하고 있다. KIA는 나성범 김선빈 이의리 등 부상으로 빠져 있던 주요 전력을 ‘만남의 광장’에서 재회한 뒤 후반기를 맞는다.

그러나 누구의 바람이 현실이 될지는 알기 어렵다. 한두 팀의 휴식기 계획은 ‘아전인수’식 오판이 될 수도 있다.일주일은 팀 분위기가 바뀔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팀별로 훈련과 휴식을 조율하는 나름의 일정을 잡아놓지만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몸의 피로는 걷어내면서도 적정 강도의 긴장감은 유지하는 게 핵심이지만 프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분위기 조성이 말처럼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2023년에는 전반기를 9연승로 마친 두산이 일주일 휴식 뒤에도 2연승으로 후반기를 시작했지만 우천 취소 경기가 늘어나면서 흐름을 점차 놓치며 분위기를 내줬다. 그해 두산은 후반기 첫 21경기에서 7승14패(0.333)로 무너졌다. 반대로 그해 후반기에는 전반기 승률 0.414 37승2무41패)였던 KT가 첫 21경기에서 승률 0.810(17승4패)의 폭발적 레이스로 벌떡 일어났다.프로야구 7개구단에서 사령탑을 역임하며 산전수전 다 겪은 김성근 불꽃야구 감독은 최근 “휴식기 일주일은 흐름이 바뀔 수 있는 시간이다. 선발 로테이션부터 많은 것이 바뀐다”며 여러 각도에서 구도 변화 가능성을 내다봤다.로테이션 변화와 함께 후반기 첫 시리즈가 4연전으로 시작되는 것이 변수의 가중치를 높일 전망이다. 3연전 또는 2연전에서 기대하게 되는 선발 매치업에서 ‘운의 영역’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한화-KT(수원), 롯데-LG(잠실), NC-KIA(광주), 두산 -SSG(문학), 키움-삼성(대구) 등 5경기가 이어지는데 선발진이 유달리 강한 곳과 4연전이 편성된 팀은 압박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전반기 선발 평균자책 순위로는 한화(3.38), SSG(3.60), KT(3.65), LG(3.75), KIA(3.78)가 차례로 줄을 섰다. 이를 기준으로는 한화와 KT가 4연전을 통해 선발 높이와 깊이 경쟁을 제대로 하게 됐다. 또 4연전은 각팀 원투펀치뿐 아니라 3,4선발 역량이 크게 작용하는 시리즈다. 국내 선발진이 강한 한화와 KT가 4경기 내내 촘촘한 승부를 예고한 가운데 임찬규-손주영-송승기 등 국내파 선발 3인 경쟁력이 좋은 LG 또한 4연전을 기회로 여길 수 있다.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