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한국프로야구(KBO)리그 키움 구단이 성적부진을 이유로 홍원기 감독과 고형욱 단장 그리고 김창현 수석코치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오는 17일부터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후반기 일정은 설종진 퓨처스(2군)팀 감독이 1군 감독 대행을 맡게 된다. 1군 수석코치 자리는 당분간 공석으로 남는다.

KBO에서 성적부진을 이유로 시즌 중 감독을 경질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종종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키움 구단이 그간 선수단을 대하는 자세나 비즈니스 마인드를 보면 감독과 단장을 교체한다고 해서 성적이 달라지긴 쉽지 않아 보인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 이 분야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메이저리그 '사관학교'로 불리는 키움은 올해도 미국에서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이들은 지난 1월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에 위치한 '애리조나 애슬레틱 그라운드(AAG)'에서 총 42일간 올 시즌을 위한 전지훈련을 가졌다.

키움은 코로나-19 시절만 제외하곤 과거 김시진 감독시절부터 꾸준히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따듯한 날씨와 뛰어난 야구시설 등 여러모로 주변환경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개선되지 않는, 못내 아쉬운 점도 있다. 바로, 미국 도착 후 애리조나까지 버스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키움은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인천을 출발 약 12시간의 지루한 비행 끝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다. 입국수속을 끝낸 이들은 곧바로 짐을 찾아 버스를 이용 애리조나로 이동했다. 편히 밥 먹을 시간도 허용되지 않았다.

비행기를 이용하면 약 1시간 정도의 거리이지만 버스로 가면 약 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12시간 비행 뒤 곧바로 5시간의 버스 이동은 일반인들에게도 쉽지 않은 여정이다.

게다가 키움 구단이 이용한 버스는 일반 고속버스다. 한국프로야구 팀들이 선수들의 체형과 안락함 등을 추구하기 위해 특별히 개조된 버스가 아니다. 때문에 덩치가 큰 프로야구선수들이 이용하기엔 매우 협소하고, 불편할 수 밖에 없다.

키움은 과거 강정호를 필두로 박병호-김하성-이정후 그리고 김혜성까지 무려 5명의 메이저리거를 배출했다. 메이저리그 '사관학교'로 불리는 배경이다. 이들 모두는 FA(자유계약선수)가 아닌 키움 소속으로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는 키움이 이들로 인해 적지 않은 포스팅 비용 수익을 챙겼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정후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이 계약만으로 키움이 받은 포스팅 비용은 무려 1882만 5000달러(약 270억원)나 된다.

키움구단 은행구좌엔 이정후 단 한 명으로 인해 약 270억원의 거금이 입금됐지만 키움을 대표하는 선수들은 올해도 12시간 동안 일반석을 타고 미국으로 건너간 뒤 곧바로 비좁은 일반버스를 타고 추가로 5시간을 더 달려야 했다. 귀중한 것은 좋은 환경에 보관하고, 관리해야 하는 일반적인 경영 마인드가 없는 셈이다.

키움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가 끝난 뒤 한국으로 돌아갈 때도 애리조나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또 다시 일반버스를 이용해 5시간 동안 달려야 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애리조나까지 왕복비행기 티켓 가격은 가장 비쌀 때가 약 300달러(약 40만원)정도 한다. 스태프 포함 스프링캠프 선수단 전체규모가 약 50명인 것을 감안하면 겨우 2000만원을 아끼기 위해 한 시즌 동안 키움을 대표해 힘들게 뛰어줄 선수들을 짐짝 굴리듯 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는 선수단 전원이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해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반면 키움은 이정후 한 명 만으로도 270억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단 2000만원을 아끼기 위해 선수단에게 왕복 10시간의 버스 이동을 선사했다.

감독과 단장을 경질하기 앞서 구단 수뇌부의 비즈니스 마인드부터 수정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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