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한용섭 기자] 정말 포수 효과였을까. 프로야구 KT 위즈를 떠난 FA 투수들이 나란히 부진하다. 

이강철 KT 감독은 팀내 투수들의 호투 때마다 포수 장성우의 존재감을 자주 언급한다. 장성우가 투수들의 능력을 극대화시킨다는 칭찬을 빼놓지 않는다.  

한화 이글스 투수 엄상백, 삼성 라이온즈 투수 김재윤은 대박 FA 계약을 하고 KT를 떠났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엄상백은 지난해까지 KT에서 뛰었다. 2020~2021년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해 선발로 계속 뛰었다. 2022시즌 33경기 11승 2패를 기록하며 승률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2024시즌 29경기 13승 10패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했고,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어 한화와 4년 최대 78억원(계약금 34억원, 연봉 총액 32억5000만원, 옵션 11억5000만원)에 FA 계약을 했다. 

한화가 전반기 33년 만에 1위로 마쳤고 정규 시즌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외국인 투수 폰세와 와이스를 앞세워 마운드의 힘이 위력적이다. 

그러나 엄상백은 전반기 15경기에서 1승 6패 평균자책점 6.33으로 부진했다. 64이닝을 던져 경기당 4⅓이닝에 불과했다. WHIP이 1.72, 피안타율은 .314에 달했다. 지난해 평균자책점이 4점대 후반으로 좋은 편은 아니었다. 난타 당하는 경기가 제법 있었지만 10승 투수였다. 하지만 한화 유니폼을 입고서는 전혀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엄상백은 후반기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 불펜 투수로 강등됐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17일 엄상백을 롱릴리프로 돌리고, 2년차 황준서가 엄상백이 빠진 5선발 자리를 맡는다고 밝혔다. 

엄상백 보다 1년 앞서 삼성으로 떠난 김재윤도 부진하다. 김재윤은 2023시즌을 마치고 삼성과 4년 최대 58억원(계약금 20억원, 연봉 28억원, 인센티브 10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2023년 김재윤은 65경기 4승 8패 11세이브 25홀드 평균자책점 4.09를 기록했다. 전반기 셋업맨으로 던지다 시즌 중반 오승환의 마무리 자리를 넘겨받았다. 그러나 KT 시절보다는 안정감이 떨어졌다. 6년 만에 4점때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올해는 37경기 3승 4패 5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6.75로 성적이 더 나빠졌다.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5월 중순까지 평균자책점 7점대로 부진하자 마무리에서 밀려났다. 신예 이호성이 마무리를 맡고, 김태훈과 배찬승이 필승조로 나서며, 김재윤은 6~7회 추격조가 등판하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기도 한다. 

이강철 감독은 베테랑 포수 장성우의 투수 리드 능력을 높게 평가한다. KT 투수들 중에서 장성우가 없으면 제대로 못 던질 투수가 많다는 말을 농담처럼 자주 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SSG 랜더스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온 오원석은 180도 달라졌다. 평균자책점 5점대 투수가 완전히 바뀌었다. 오원석은 SSG에서 볼넷이 많고 5회 이전에 대량 실점이 잦았다. 하지만 KT로 이적하고서 전반기 16경기 10승 3패 평균자책점 2.78을 기록했다. 다승 공동 3위, 평균자책점 5위다. 토종 투수로는 다승과 평균자책점 모두 1위다. 

이강철 감독은 오원석의 성공에는 장성우의 공이 크다고 했다. 공격적인 볼 배합은 이전과 다른 오원석으로 변신시켰다. 김재윤, 엄상백의 부진과 오원석의 대성공에는 장성우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