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수원, 이후광 기자] 너무 자리를 오래 비웠을까. 천재타자 없이 전반기 5위를 해낸 KT 위즈가 천재타자의 조기 복귀 자청과 함께 포지션 딜레마에 빠졌다. 

프로야구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지난 17일 수원에서 취재진과 만나 “강백호의 복귀가 빨라질 거 같다”라고 밝혔다. 

KT의 천재타자 강백호는 예비 FA 시즌을 맞아 최악의 전반기를 보냈다. 개막 후 첫 단추를 잘못 꿰며 3월 월간 타율이 1할9푼4리에 그쳤고, 4월 2할9푼6리로 잠시 오름세를 보이다가 5월 들어 2할5푼4리로 페이스가 다시 떨어졌다. 

강백호는 5월 20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 멀티히트를 전환점으로 삼고 7경기 타율 4할7푼8리 1홈런 6타점을 치며 천재타자의 면모를 되찾는 듯 했으나 부상에 날개가 꺾였다. 5월 27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에서 귀루하다가 우측 발목이 베이스에 꺾이며 인대가 파열되며 8주 소견을 받았다. 강백호의 전반기 기록이 43경기 타율 2할5푼5리 7홈런 23타점 15득점 OPS .763에 그친 이유다.

7월 말 복귀가 점쳐진 강백호는 재활군에서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최근 구단에 조기 복귀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활군 곽정철 코치가 강백호의 몸 상태를 체크했고,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며 18일 퓨처스리그 첫 실전이 잡혔다.

이강철 감독은 “갑자기 (강백호) 발등에 불이 떨어졌나”라고 농담하며 “원래 이달 말에 복귀한다고 들었는데 18일부터 함평으로 가서 2군 경기를 한다고 하더라. 곽정철 코치와 통화했는데 뛰는 것도 100%이고, 상태가 완벽하다는 보고를 들었다. 이제 3~4경기 정도 나가면서 복귀 시점을 조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강백호의 복귀 후 포지션이다. KT는 강백호가 부상 이탈한 뒤 35경기 18승 17패로 선전하며 전반기를 5위(45승 3무 41패)로 마쳤다. 포수 포지션은 조대현, 강현우가 주전 장성우의 뒤를 든든히 받치고 있고, 타선에서는 ‘신흥 거포’ 안현민이 등장해 엄청난 파워를 뽐내며 강백호의 이름을 지웠다. 롯데 자이언츠와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좌타 거포 이정훈도 있다. 강백호가 없는 사이 강백호 포지션에 새 주인들이 등장해 자리를 잡았다.

KT는 강백호가 퓨처스리그에서 빌드업을 하는 동안 그의 1군 포지션을 두고 면밀한 검토를 할 계획이다. 이강철 감독은 “구단 데이터팀과 전력분석팀에게 앞으로 강백호가 어떤 포지션을 맡는 게 좋은지 코칭스태프와 함께 3~4일 정도 고민을 해보라고 했다”라며 “결과가 나오면 선수와 면담을 진행하고, 그게 맞다고 하면 그렇게 갈 것이다. 강백호가 내년에도 우리 팀에서 뛴다는 가정 아래 가장 좋은 포지션을 맡겨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강백호는 예비 FA 시즌을 맞아 개막도 하기 전에 몸값 100억 원이 거론되는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포스팅이 아닌 FA 신분이기에 국내가 아닌 메이저리그에 진출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터. 그런 가운데 전반기는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후반기 또한 마땅히 뛸 수 있는 포지션이 없어 구단이 그의 활용법을 두고 장고를 거듭 중이다. 강백호가 후반기 어디서 어떻게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팀에 보탬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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