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국가대표 공격수 출신 황의조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황의조는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3부(조정래 진현지 안희길 부장판사)는 4일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황의조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반포 행위는 다른 사람에 의해 이뤄졌지만 피고의 촬영 행위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촬영물 내용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점에 비춰보면 피고인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황의조는 지난 2023년 6월 자신과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이 SNS에 공유되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이후 영상은 형수가 공유한 것으로 밝혀졌고, 황의조는 형수를 협박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황의조의 불법 촬영 정황이 포착됐다.

수사 결과 황의조가 2022년 6월부터 9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상대방 동의 없이 성관계하는 영상을 불법 촬영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지난해 7월 기소됐다.

황의조의 형수는 지난해 9월 징역 3년이 확정됐다. 황의조는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나 항소했다.

당시 KBS가 공개한 항소 이유서에서 황의조는 "대한민국 간판 스트라이커이자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달해줘야 한다", "대표팀의 중심이자 기둥 역할을 해야하는 상황" 등의 월드컵 출전 당위성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원심 확정될 경우, 축구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삶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된다"는 내용도 적었다. 그러나 결국 항소심에서도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수사 단계에서 범행을 부인하며 언론에 입장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정보 일부를 암시하는 내용을 언급했다. 민감한 셩사사건에서 피해자를 배려하지 못한 행위로 불리한 양형 요소"라고 주장했다.

다만 피해자 2명 가운데 황의조가 영상통화 중 몰래 녹화한 피해자에 대한 혐의와 관련해서는 "피해자 신체 자체가 아니라 휴대전화에 수신한 신체 이미지에 해당해 신체를 직접 촬영한 행위로 볼 수 없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 판단했다.

황의조는 선고 전 피해자에게 공탁금을 포함해 4억원의 합의금을 제시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합의를 거절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겠다는 피해자의 의사가 표명돼 형사공탁을 합의나 피해 회복에 준하는 양형 요소로는 볼 수 없다"면서 "기습공탁이었다고 볼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황의조는 선고 후 입장문을 내고 피해자를 향한 사죄의 뜻과 축구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의조는 "큰 상처를 입으신 피해자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넘치는 사랑을 받아왔는데 제 잘못으로 인해 신뢰를 저버리고 큰 실망을 드렸다"며 "저를 아끼고 받아주신 모든 분께 고개를 들 수 없는 부끄러운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오직 축구에 전념하고 더욱 성숙해져서 축구팬 여러분과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황의조는 내년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나갈 수 없게 됐다.

지난 1월21일 재개정된 대한축구협회의 축구국가대표팀 운영규정 제17조 '징계 및 결격사유' 4항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로 발탁될 수 없다.

한편, 피해자 측 대리인은 "2차 피해 부분이 양형 요소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리인은 "피해자를 모르는 사람은 피해자가 누군지 알 수 없지만 주변 사람들은 누군지 알 수 있는 정보였다. 내 주변 사람들이 나인 걸 알게됐는데 이건 2차 가해가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기소 후에 자백과 반성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항소심 판결은 '어째서 법원이 이 지경이 됐나' 개탄하게 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진=서울중앙지방법원, 김한준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