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유민 기자) LG 트윈스 문보경이 정규시즌 막판 타격 부진을 딛고 한국시리즈 1차전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문보경은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에 5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LG 타선은 1회말 1사 2, 3루에서 나온 김현수의 희생타로 선취점을 올렸다. 이어진 2사 3루 상황, 첫 번째 타석에 들어선 문보경이 문동주의 3구째 높게 들어오는 패스트볼을 공략해 좌중간 적시 2루타를 터트리면서 2-0으로 도망가는 타점을 올렸다.

문보경은 4회말 무사 1루 상황 두 번째 타석에서 평범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점수 차를 4-0으로 벌린 5회말에도 1사 1, 2루 찬스를 이어받았으나 1루수 땅볼로 주자를 한 베이스씩 진루시키는 데 그쳤고, 추가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5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펼치던 선발투수 앤더스 톨허스트가 6회초 2실점을 떠안으며 점수 차가 4-2로 좁혀졌다. LG는 6회말 구본혁, 박해민, 홍창기의 연속 사사구 출루와 신민재의 2타점 적시타로 다시 두 점을 도망갔다. 후속타자 김현수까지 좌전 적시타를 추가하면서 점수는 7-2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후속타자 문보경이 네 번째 타석에서 2사 1, 2루 기회를 이어받았다. 문보경은 바뀐 투수 박상원의 4구째 높게 몰린 패스트볼을 받아 쳐 좌중간에 떨어트리면서 도망가는 타점을 수확했다.

8-2 큰 점수 차 리드를 확보한 LG는 7회 송승기, 8회 김진성, 9회 유영찬을 투입해 한화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1차전을 압도적인 승리로 장식했다. 

문보경은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나 "기록은 전혀 중요하지 않고 일단 이겼으니까 된 것 같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문보경은 이날 비교적 익숙하지 않은 자리인 5번 타순과 1루수 자리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그는 "타순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길 수 있으면 9번을 치든 몇 번이든 쳐도 된다"며 "1루에서는 라인업 나오고 그라운드에 들어가니까 긴장이 되더라. 첫 타구 오기 전까지 수비에서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1차전 승리만큼이나 반가운 중심타자 문보경의 부활이다.

2년 연속 20홈런-100타점을 기록하며 LG의 4번타자로 맹활약했던 문보경은 정규시즌 마지막 10경기에서 홈런과 타점 없이 타율 0.094(32타수 3안타)로 극도의 침체에 빠졌다. 2위 한화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와중에도 염경엽 LG 감독은 문보경에게 적절한 휴식과 출전을 보장하며 부활을 기다렸으나, 결국 끝까지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한 채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LG는 최종전 이후 한국시리즈 대비 이천 합숙 훈련에서 본격적인 문보경 살리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세 차례의 자체 청백전에 나서며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고 공을 지켜만 보며 타석을 소화했다. 무너진 타격 밸런스를 찾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문보경은 정규시즌 막판을 돌아보며 "너무 못 쳤다. 아무리 못 쳐도 끝날 때까지 못 치겠나라는 생각도 했고, 걱정도 있었던 것 같다"며 "제가 그 기간 한 경기만 잘 쳤어도 저희가 자력 우승을 할 수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마음에 많이 남아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천 훈련 기간을 두고는 "제가 느끼기에는 오히려 공을 봤던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치려고 마음을 먹어버리면 제 밸런스를 못 잡을 수도 있는데, 공만 보겠다 생각하고 밸런스 잡으려고 했던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잠실, 김한준·박지영 기자

김유민 기자 k4894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