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조만간 팬들도 포기할 수 있겠다는 느낌.”

두산 베어스에 지난 2일과 3일 많은 일이 있었다. 이승엽 감독이 2일 구단에 자진사퇴를 표명했고, 구단은 이를 수리하면서 조성환 퀄리티컨트롤코치를 감독대행에 임명했다. 그리고 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선수, 코치 대규모 이동 및 보직변경을 발표했다.

박석민 타격코치가 사퇴했고, 무려 7명의 코치가 이동하거나 보직을 변경했다. 그리고 양석환, 강승호, 조수행 등 타격 부진에 시달리던 세 선수가 2군으로 내려갔다. 대신 곽빈, 김민혁, 김동준, 이선우까지 4명의 선수가 1군에 합류했다.

선발라인업은 한층 젊어졌다. 정수빈~김대한~제이크 케이브~김재환~김기연~임종성~김민혁~김준상~박준순으로 꾸렸다. 양의지가 허리 불편감으로 갑작스럽게 빠진 것을 제외하면, 조성환 감독대행으로부터 ‘기회를 받아도 된다’라고 생각한 선수들이 선발라인업에 들어왔다.

조성환 감독대행은 고참들에겐 “인상 쓰지 마라”고 했고, 저연차들에겐 “어설프게 야구하지 마라. 어설프게 야구하면 나도 어설프게 대할 것이다”라고 했다. 눈치 안 보고 과감하게 움직이는 야구, 허슬두의 진정한 부활을 외쳤다. 감독대행의 첫 일성치고는 굉장히 파격적이었다.

이상과 현실은 엄연히 달랐다. 우선 두산 라인업의 무게감은 확연히 떨어졌다. KIA도 올 시즌 부상자가 많아 라인업 무게감이 많이 떨어졌다. 두산은 더 떨어져 보였다. 더구나 이날 KIA 선발투수 양현종의 구위는 예년보다 많이 떨어졌다. 다양한 투구패턴과 맞혀 잡는 피칭으로 이닝을 먹는다. 양현종보다 수싸움 경험이 부족한 두산 젊은 타자들은 찬스를 만들어놓고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을 반복했다.

결정적으로 이날 내복사근 부상을 딛고 복귀한 우완 에이스 곽빈이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곽빈은 3이닝 1피안타 6탈삼진 5사사구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시즌 첫 등판이라 실전 감각도 떨어졌다. 포심 구속은 153km까지 나왔으나 커맨드가 엉망이었다. 뒤이어 등판한 불펜 투수들이 잇따라 실점하며 3-11 대패를 막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성환 감독대행의 메시지와는 이질적인 야구, 이승엽 전 감독 시절 텐션이 떨어지는 야구가 다시 한번 반복됐다. 그러나 조성환 감독대행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당장 성적, 순위를 떠나 두산 선수들이 해야 하는 야구를 명확하게 밝히며 주위를 확실하게 환기했다. 이번에 2군에 내려간 선수들에게도 열흘 지나면 올릴 것이란 뉘앙스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 분위기, 마인드를 바꾸는 그 자체로 시간이 필요하고, 바뀌어도 팀이 이겨야 탄력을 받는 법이다. 아직 5강 싸움을 포기할 이유가 없는 만큼, 여름에 무조건 힘내야 한다. 지금부터 조성환 감독대행이 두산을 만들어가는데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조만간 팬들도 포기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라는 조성환 감독의 섬뜩한 한 마디는,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