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잠실 LG전을 치르던 지난 5월 마지막 주. 한화는 그즈음에도 6할에 육박하는 승률로 선두 그룹 중심을 지키던 중이었다. 3루 더그아웃에서 선수들 훈련 동선을 시야에 두고 있던 김경문 한화 감독은 올시즌 레이스에 대해 이런저런 대화 끝에 “우선은 80경기까지 (흐름을 갖고) 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어떤 팀도 장기레이스에서 사이클이 있기 마련인데 승부를 걸거나 버틸 수 있는 분기점이 80경기 구간이라는 뉘앙스의 얘기였다.42.195㎞를 달리는 마라톤으로 보자면 메달 유망선수가 레이스를 전략대로 풀어가기 위해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하는 거리로 해석할 수도 있다. 페이스메이커의 희생으로 20㎞ 지점이든 30㎞ 지점이든 계산했던 기록을 확보하게 되면 남은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마칠 가능성은 대폭 커진다. 이를테면 올해 한화는 80경기를 지나는 구간이 페이스메이커를 보내는 시점으로 볼 수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감독의 전략에는 세월과 경험의 무게가 담겨 있다. 두산과 NC 사령탑으로만 16시즌 가까이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 감독은 개막 이후 80경기까지 호성적을 유지한 시즌에는 예외 없이 그 흐름을 페넌트레이스 종착역까지 끌고 갔다.김 감독은 최초로 1군 144경기 체제가 시작된 2015년 NC 감독으로 80경기까지 승률 0.582로 승차 없는 1위에 오르기도 했는데 시즌을 마치면서는 승률을 0.596로 소폭 끌어올린 가운데 2위로 마감했다. 2016년에도 NC 감독으로 80경기 구간을 승률 0.628, 2위로 통과한 뒤 종착역에서는 승률이 0.589로 살짝 처졌지만 순위표의 2위는 무난히 사수했다.시즌 126경기 체제로 지금보다 경기수가 적었던 2000년대 중후반 두산 사령탑 시절에도 김경문 감독은 80경기 지점에서의 순위를 거의 그대로 지켜냈다. 예컨대 2007년 80경기 구간을 승률 0.551, 2위로 통과한 뒤 정규시즌을 모두 치른 뒤에도 승률 0.565, 2위를 이어갔다.한화는 7일 현재 시즌 63경기에서 승률 0.587(37승26패)로 선두 LG와 0.5게임차 간격의 2위에 올라 있다. 김경문 감독은 내심 80경기 즈음에도 지금과 비슷한 승률을 쥐고 가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순위와 승률도 중요하지만, 또 하나 계산해둬야 할 것은 80경기 이후 달릴 수 있는 동력이다. 한화는 올시즌 마운드 힘으로 경쟁력을 만들었다. 특히 새 외인 에이스 코디 폰세를 선두로 한 강력한 선발진을 핵심 에너지로 선두 그룹을 끌어왔다, 그런데 최근 문동주와 류현진이 차례로 2군으로 내려가 회복과 치료 기간을 보내며 변곡점을 맞고 있다. 2년차 영건 황준서를 비롯한 대체카드 역할이 커진 가운데 일단 큰 공백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관건은 여름 시즌 한복판에서 꾸리고 갈 수 있는 선발 구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불펜진만 보자면 김경문 감독의 ‘80경기론’과 맞물리는 시즌 중후반 싸움을 위한 대비를 이미 하고 있다. 한화는 7일 현재 전체 구원 이닝이 7위(215이닝)로 불펜 의존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또 시즌 구원 이닝수로 톱10에 이름을 올린 투수가 아직 없다. 셋업맨 박상원(32.2이닝)과 마무리 김서현(32.1이닝)이 각각 구원 이닝 12위와 13위에 랭크돼 있고, 한승혁이 28.2이닝으로 22위에 자리 잡고 있다. 구원 이닝 톱30에 3명만이 포함돼 있다.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