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사직구장 하늘을 수놓은 명품 투수전에서 미소를 지은 것은 한화 이글스의 '대전 예수' 라이언 와이스였다.

한화는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8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6-0으로 승리하며 5연승을 질주했다.

▲ 선발 라인업

롯데 : 민재(유격수)-고승민(지명타자)-빅터 레이예스(우익수)-전준우(좌익수)-김민성(3루수)-손호영(2루수)-정훈(1루수)-정보근(포수)-김동혁(중견수), 선발 투수 터커 데이비슨.

한화 : 이원석(중견수)-안치홍(지명타자)-문현빈(좌익수)-노시환(3루수)-채은성(1루수)-이진영(우익수)-이도윤(2루수)-이재원(포수)-하주석(유격수), 선발 투수 라이언 와이스.

최근 분위기가 좋은 두 팀이 만났다. 한화는 지난 주말 LG 트윈스와 맞대결에서 1승 1무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탈환했고, 롯데는 부상자들이 속출한 상황에서 지옥의 수도권 9연전을 5승 3패로 마무리하고 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최근 흐름이 더 좋은 한화가 주중 3연전의 시작을 더 기분 좋게 시작했다.

경기 초반의 주도권을 잡은 것은 한화였다. 이날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터커 데이비슨과 라이언 와이스는 경기 초반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팽팽한 투수전을 선보였다. 데이비슨은 1회 시작부터 볼넷을 내줬으나, 2회까지 삼진 세 개를 뽑아내며 한화 타선을 묶었고, 와이스는 2회까지 아웃카운트 6개 중 5개를 삼진으로 솎아낼 정도로 위력적인 투수를 펼쳤다.

그리고 무게의 추가 기울어진 것은 3회였다. 한화는 선두타자 이도윤이 내야 안타로 물꼬를 틀자, 이재원의 희생번트와 하주석의 진루타, 이원석의 볼넷으로 1, 3루 찬스를 잡았다. 여기서 이날 경기부터 '안경'을 착용하기 시작한 안치홍이 데이비슨의 초구 130km 포크볼을 받아쳐 올 시즌 첫 홈런을 스리런으로 연결시켰다. 지난해 9월 22일 롯데전 이후 무려 268일 만의 손맛이었다.

이후에도 양 팀의 선발 투수들은 팽팽한 흐름을 펼쳤지만, 와이스의 투구가 더 압도적이었다. 1~2회를 퍼펙트로 막아낸 와이스느 3회말 선두타자 정훈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첫 출루를 허용했다. 하지만 정보근-김동혁-전민재로 이어지는 타선을 깔끔하게 묶어냈고, 4회 고승민-빅터 레이예스-전준우로 이어지는 강타선을 완벽 봉쇄, 5회에도 무결점 투구를 이어가며 승리 요건을 갖췄다.

그리고 와이스는 6회 정보근을 스라이크 낫아웃 삼진, 김동혁을 투수 땅볼, 전민재를 2루수 땅볼로 요리하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을 완성했다. 이날 롯데 선발 데이비슨도 6⅓이닝 동안 무려 9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등 3실점(3자책)으로 충분히 좋은 투구를 선보였으나, 와이스를 넘어설 순 없었다. 와이스는 6회까지 투구수가 63구에 불과했고, 내친김에 완봉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와이스는 7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레이예스에게 두 번째 안타를 맞았다. 워낙 페이스가 좋았던 만큼 작은 균열에도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와이스는 흔들림 없이 전준우와 김민성을 돌려세우며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를 마크했다.

이에 한화 타선이 추가 득점을 뽑아냈다. 8회초 문현빈과 노시환의 연속 안타로 마련된 1, 2루 찬스에서 채은성이 희생번트를 댔다. 이때 3루수 김민성의 1루 송구가 빠지면서, 2루 주자였던 문현빈이 손쉽게 득점했다. 그리고 여기서 빠진 공을 우익수 레이예스가 1루수 정훈에게 건넸는데, 또 포구 실책까지 연달아 겹치면서, 간격은 5-0까지 벌어졌다. 흐름을 탄 한화는 대주자 이상혁의 도루와 이도윤의 내야 안타로 만들어진 1, 3루에서 이재원이 희생플라이를 쳐 승기에 쐐기를 박았다.

타선의 지원 속에 더 힘을 받은 와이스는 8회는 병살타를 곁들이며 롯데 타선을 잠재웠는데, 일요일(22일)에도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만큼 완봉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결정했고, 한화는 9회 김종수를 투입해 뒷문을 걸어잠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