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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역사를 바꾼 위대한 시작 비하인드… 바보야 문제는 커맨드야, 리그에 던진 교훈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이범호 KIA 감독은 지난해 11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마무리캠프 기간 도중 정재훈 투수코치로부터 어린 선수들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보고서에는 성영탁(21)의 이름이 끼어 있었다. 정재훈 코치는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고 보고했다.
성영탁은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입단한 선수고, 이범호 감독은 1군 타격 파트를 맡다 감독이 된 케이스였다. 이 감독이 성영탁을 잘 안다고 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감독은 “잘 체크를 해주세요”라고 답한 뒤 잠시 성영탁을 잊었다. 2025년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선수도 아니었고 아무래도 시야에서 사라지면 잊힐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1군에는 성영탁에 앞서 던져야 할 선수들이 득실댔다.
그런 성영탁은 5월 20일 1군에 처음으로 콜업됐다. 당시 KIA는 불펜 주축 선수의 난조 및 부상으로 중간에서 길게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부족했다. 이 감독은 성영탁의 기억을 다시 꺼내며 1군에 불렀다. 사실 의아하다는 시선도 있었다. 성영탁은 올해 퓨처스리그 13경기에서 1승1홀드 평균자책점 4.97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만 보면 그렇게 좋은 성적은 아니었다. 게다가 공이 빠른 선수도 아니었다. 성적이나 요즘 트렌드를 봤을 때는 1군 콜업에 확실한 명분이 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 감독은 하나의 보고에 꽂혔다. 이 감독은 “선발로 던지면서 이닝을 먹어줬다. 평균자책점은 높다 하더라도 경기가 되는 투수라고 하더라. 우리도 2이닝씩 던질 수 있는 투수가 필요하니까 올려보자고 했다”고 당시를 떠올리면서 “마무리 훈련 당시 스트라이크도 잘 던지고 무브먼트나 이런 게 상당히 괜찮다는 보고를 받았었다”고 말했다.
이기는 날도, 지는 날도 있다. 크게 지는 날도 있다. 하지만 그런 날도 누군가는 마운드에 올라 9회까지 공을 던져야 한다. 현장에서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소위 ‘경기 진행 요원’이다. 다른 투수들의 소모를 아껴야 하기에, 이닝당 1~2실점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투구 수로 최대한의 이닝을 소화하는 투수가 제일이다. 어차피 경기는 넘어갔기 때문이다. KIA는 일단 성영탁에게 그 임무를 맡길 참이었다.
여기서 이 감독의 생각을 바꾼 또 하나의 계기가 등장한다. 이 감독은 성영탁이 데뷔전을 치른 다음 날, 성영탁에 대한 인상에 대해 “굉장히 공격적으로 던지더라”고 이례적으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되도록 선수가 성공할 확률이 높을 때 올려 적응을 돕겠다는 구상도 드러냈다. 단순한 립서비스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 감독도 점차 공격적으로 쓰고, 성영탁도 더 공격적으로 공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역사적인 기록이 만들어졌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대기록이었다.
성영탁은 1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와 경기에 5-0으로 앞선 8회 등판해 2이닝을 무실점으로 잡아내고 승리의 뒷문을 닫았다. 이 경기로 올 시즌 15⅔이닝 무실점을 달성한 성영탁은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역사상 신인 투수 데뷔전 이후 최장 기간 무실점 기록을 경신했다. 이 기록은 1988년 레전드 투수인 조계현(13⅔이닝)이 가지고 있었다. 성영탁이라는 깜짝 신인이 등장해 유구한 타이거즈 프랜차이즈를 바꿔버린 것이다.
이 감독도 “기록을 세웠다고 전광판에 나와서 1이닝만 던지고 빼줘야 하나 싶었다”고 웃었다. 아무래도 멀티이닝을 뛰면 실점할 확률이 높아지기에 감독도 기록이 이어질 수 있게끔 순간 고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영탁은 이 감독의 걱정을 지우는 2이닝 무실점 투구를 기록했고, 현재도 기록은 진행형이다. 이 감독은 “확실히 딱 정리를 쉽게 하고 쉬니까 더 깔끔한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움직임이 좋은 투심패스트볼을 던지는 성영탁의 구속은 사실 그렇게 빠르지 않다. 올해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47㎞(트랙맨 기준) 남짓이었고, 평균은 143㎞ 수준이다. 150㎞을 넘는 강속구가 매일 빗발치는 요즘 추세에서는 느린 구속이다. 그럼에도 통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커맨드 덕이다. 이 감독은 “타자들이 스피드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게 아니다. 변화구가 어떤 코스로 오느냐도 굉장히 중요하다. 코스도 어려운 코스로 잘 던진다. 투심을 던지고, 슬라이더는 횡으로, 커브는 종으로 떨어진다. 타자들이 그런 부분에서 헷갈리는 것 같다”며 성영탁의 장점을 칭찬했다. 야구에 진지하고, 또 생각이나 기질이 좋다는 것도 확인했다.
결국 빠른 공도 한가운데 몰리면 여지없이 맞아나가는 시대다. 성영탁은 타자들이 치기 까다로워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타자들을 속일 수 있다. 이 또한 특별한 재능이다. 기록은 언젠가는 끊기겠지만, 성영탁의 등장은 KBO리그 투수들에게 꽤 중요한 시사점을 줄지 모른다. 구속도 중요하지만 결국 투수는 자기가 던지고 싶은 곳에 던질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구속 혁명 시대에, 생각을 곱씹어볼 만한 좋은 선수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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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별 팀순위
순위 | 팀 | 경기 | 승 | 무 | 패 | 승점 |
---|---|---|---|---|---|---|
1 | 리버풀 | 38 | 25 | 9 | 4 | 84 |
2 | 아스날 | 38 | 20 | 14 | 4 | 74 |
3 | 맨시티 | 38 | 21 | 8 | 9 | 71 |
4 | 첼시 | 38 | 20 | 9 | 9 | 69 |
5 | 뉴캐슬 | 38 | 20 | 6 | 12 | 66 |
6 | 에스턴 빌라 | 38 | 19 | 9 | 10 | 66 |
7 | 노팅엄 | 38 | 19 | 8 | 11 | 65 |
8 | 브라이턴 | 38 | 16 | 13 | 9 | 61 |
9 | 본머스 | 38 | 15 | 11 | 12 | 56 |
10 | 브렌트포드 | 38 | 16 | 8 | 14 | 56 |
11 | 풀럼 | 38 | 15 | 9 | 14 | 54 |
12 | 펠리스 | 38 | 13 | 14 | 11 | 53 |
13 | 에버튼 | 38 | 11 | 15 | 12 | 48 |
14 | 웨스트햄 | 38 | 11 | 10 | 17 | 43 |
15 | 맨유 | 38 | 11 | 9 | 18 | 42 |
16 | 울버햄튼 | 38 | 12 | 6 | 20 | 42 |
17 | 토트넘 | 38 | 11 | 5 | 22 | 38 |
18 | 레스터 시티 | 38 | 6 | 7 | 25 | 25 |
19 | 입스위치 | 38 | 4 | 10 | 24 | 22 |
20 | 사우샘프턴 | 38 | 2 | 6 | 30 |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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