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기특해 보여서 웃어주게 되더라"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을 상징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엄청난 '카리스마'다.

2015년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고 사령탑 커리어를 시작했을 때부터 선수단을 휘어잡는 아우라가 대단했다.

김태형 감독은 특유의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두산 감독 재임 시절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고, 세 차례 우승을 거머쥐었다. '명장'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김태형 감독이 2023년 10월 롯데 구단 제21대 감독으로 부임한 뒤 선수단 내에서는 건전한 긴장감이 가득 찼다. 어린 선수들은 물론 베테랑까지 '명장'의 카리스마를 피부로 금세 느꼈다.   

롯데는 2024 시즌 김태형 감독 영입에도 7위에 그치면서 무려 7년 연속 '야구' 없는 가을을 보냈지만 야수진 리빌딩과 타선 체질 개선 등 뚜렷한 성과도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부임 2년차를 맞은 2025시즌 기대 이상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2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페넌트레이스 41승 31패 3무를 기록, 단독 3위를 질주 중이다.

1위 한화 이글스와 2경기, 2위 LG 트윈스와는 1경기 차밖에 나지 않아 언제든 선두 싸움에 뛰어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롯데는 현재 황성빈, 윤동희, 나승엽, 손호영, 장두성, 이호준까지 주축 야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이탈한 상태다. 김태형 감독은 100% 전력을 가동할 수 없는 악조건 속에서 백업 선수들의 기량 발전을 끌어내면서 성적과 뎁스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냈다. 

롯데 선수단 내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할 수 있다'는 긍정의 에너지가 더그아웃에 넘친다. 김태형 감독도 선수들을 다그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격려의 메시지도 꾸준히 보내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평소 선수들에게 "나는 유치원 선생님이 아니다"라는 말을 종종 한다. '프로'인 선수들을 어르고 달래는 게 사령탑의 역할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태형 감독은 "내가 선수들을 '괜찮다 괜찮다'라고 하면서 끌고 갈 수는 없다. 선수들이 (힘든 상황을) 싸우고 이겨내야 한다"며 "동료들과의 경쟁에서도 이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자신의 철학을 밝혀왔다.  

김태형 감독은 다만 최근에는 어린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꾸준히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집중력이 결여되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플레이가 나올 경우 곧바로 '불호령'을 내리는 스타일은 변함이 없지만 더그아웃에서 웃음을 보이는 빈도 역시 크게 늘었다.

김태형 감독은 특히 지난 18일 사직 한화 이글스전에서 고졸루키 포수 박재엽이 데뷔 첫 선발출전에서 홈런을 쳐내자 '잇몸 미소'와 함께 축하의 '하이 파이브'를 해주면서 화제를 모았다. 경기 내내 포커 페이스를 유지했던 두산 감독 시절에는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이튿날 "홈런을 치고 왔는데 웃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농담을 던진 뒤 "박재엽이 기특해 보여서 웃음이 나왔다"고 특유의 입담을 뽐냈다.

김태형 감독의 격려를 받았던 건 박재엽뿐만이 아니다. 올 시즌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몫을 해낼 때마다 칭찬을 잊지 않고 있다.

우완 파이어볼러 유망주 이민석은 지난 15일 문학 SSG 랜더스전에서 5⅓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친 뒤 더그아웃에 들어오자마자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잘 던졌다"라는 칭찬을 받았다. 

이민석은 "그때 더그아웃에 들어오자마자 감독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웃어주시면서 '잘 했다'고 격려해 주셔서 감사했다"고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롯데는 2024 시즌은 6월까지 35승 40패 3무로 7위에 머물렀다. 올해는 이미 지난해 승수를 뛰어 넘은 상태로 전반기 막바지 더 높은 순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령탑도 팀 분위기도 많은 것이 달라진 가운데 8년 만에 가을야구를 향해 힘차게 달려간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