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한 울산 HD가 올 여름 진정한 시험대에 선다.3년 연속 챔피언에 올랐던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울산은 들끓는 팬심에 성적으로 보답할 시간이 왔다.김판곤 감독(56)이 이끄는 울산은 12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리는 K리그1 20라운드 대구FC와 홈경기를 치른다.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개최로 프로축구가 A매치 휴식기에 들어갔지만 울산은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참가로 건너 뛰었던 경기들을 뒤늦게 소화해야 하는 처지다. 지난 3년간 K리그 정상을 독점했던 울산은 올해도 우승 후보라는 평가와 달리 순위가 7위까지 추락했다. 최근 울산의 행보를 살펴보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울산은 지난달 24일 김천 상무를 상대로 3-2로 승리한 뒤 정규리그에서 1무1패로 그쳤다. 그리고 울산은 미국으로 건너가 클럽 월드컵에서 3전 전패라는 씁쓸한 결과를 안고 돌아왔다. 기록적인 무더위와 장거리 이동,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강호들을 상대하느라 진이 빠질대로 빠진 울산이다. 실제로 울산은 클럽 월드컵 직후인 2일 코리아컵 8강에서 광주FC에 0-1로 패배하면서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울산이 꼴찌 대구를 상대로도 섣부른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배경이다.울산의 하락세에 팬심도 흔들리고 있다. 울산 서포터인 ‘처용전사’는 “김판곤 나가!”를 외치면서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김 감독의 즉각적인 경질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관중석에서도 응원이 아닌 야유를 쏟아내고 있다. 김 감독은 “더 잘하라는 요구라고 생각한다. 정신 차리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며 팬심을 달랬지만 성적의 반등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점점 더 어려운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김 감독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대구전의 수비 공백이다. 국가대표 수문장인 조현우가 동아시안컵 출전으로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수비수 서명관과 조현택까지 빠진다. 또 다른 수비수인 김영권이 광주전에서 경고 누적에 따른 퇴장으로 자신감을 잃었고, 외국인 수비수 트로야크는 느린 발이 약점으로 드러났기에 아쉬움이 더욱 크다.울산이 아직 문을 닫지 않은 이적시장에서 전력 보강에 힘을 기울이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올해 골 가뭄의 원인이었던 야고를 중국의 저장FC로 임대를 보내는 대신 K리그에서 이미 검증된 외국인 공격수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수비에선 김영권을 보좌할 수 있는 국가대표 수비수 영입을 타진하고 있다. 두 가지 영입 모두 가까운 시일 내에 발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팀 내부적으로 잘 결속해 반등의 계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