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A매치 데뷔전에 4골이 폭발했다. 일본 축구 역사상 10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 대기록이 한국에서 터졌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이 8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홍콩과의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1차전에서 6-1로 대승을 거뒀다. 

A매치 일정이 아닌 탓에 해외파가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 어린 J리거 선수들로 대부분 구성된 일본 대표팀은 유망주들이 대거 모리야스 감독의 실험 대상에 올랐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내년 6월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캐나다 ·미국·멕시코 공동 개최) 본선을 앞두고 있어 기존 자원에 더해 어린 선수들을 계속 파악하기 쉽지 않다.

이런 현실 속에서 동아시안컵은 자국 유망주들을 파악할 기회의 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홍콩전 스타는 바로 혼혈 스트라이커 저메인 료다. 1995년으로 올해 30살 베테랑의 나이지만, 료는 홍콩전에 출전하며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자신의 A매치 데뷔전에서 미친 활약을 선보였다.

전반 4분 페널티박스 안으로 넘어온 크로스를 가슴으로 받은 료는 감각적인 왼발 시저스킥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료는 이어 전반 10분 왼쪽에서 넘어온 긴 크로스를 머리로 밀어 넣으면서 두 번째 골에 성공했다. 

전반 20분 이나가키 쇼가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3-0을 만든 뒤, 전반 22분 중앙에서 두 차례 백힐 패스로 료가 박스 바로 앞에서 논스톱 왼발 슈팅을 시도했고 이것이 골망을 흔들면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나아가 료는 전반 26분 오른쪽 측면 침투에 성공한 구보 도지로의 낮은 크로스를 오른발로 밀어 넣어 네 골째를 만들었다. 

일본은 5-0으로 전반을 마친 뒤, 후반 시작과 함께 료를 뺐다. 료는 이로써 A매치 데뷔전에 4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A매치 첫 경기에서 4골을 넣은 건 료가 일본에서 역대 두 번째다. 

일본 매체 '게키사카'도 이를 주목하면서 "료는 와카바야시 다케오, 히라야마 소타, 오가와 고키에 이어 네 번째로 A매치 데뷔전에서 해트트릭을 한 선수이며 와카바야시 이후 두 번째로 4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라고 소개했다. 

와카바야시는 1907년 출생으로 고베 지역 구단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그는 1930년 도쿄 왕립 대학교 학생으로 당시 극동 축구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한 일본 대표팀에 발탁됐다. 그는 필리핀과의 첫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르며 4골을 터뜨렸다. 

료는 무려 95년 만에 데뷔전 4골이라는 대기록을 만들어낸 셈이다. 

료는 산프레체 히로시마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올 시즌 리그에서 23경기에 나와 4골에 그치고 있었다. 이 4골 중 3골이 페널티킥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홍콩전 활약이 거의 인생 경기였다. 

한편 홍콩을 대파한 일본은 오는 12일 오후 7시 24분 같은 장소에서 중국과 남자부 2차전을 갖는다.

사진=일본축구협회, 산프레체 히로시마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