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인데 킥오프 시간이 오후 7시24분이다?

사실이다. 한국과 일본의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3년 만에 리턴 매치를 벌이는 가운데 개최 장소가 한국 용인임에도 일본 홈에서 열리는 A매치 기준에 맞춰 킥오프 시간이 결정됐다.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한일전이 열린다. 두 팀은 15일 오후 7시24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이번 대회 우승컵을 놓고 다툰다.

한국과 일본 모두 앞서 열린 두 경기를 모두 이겼다. 한국은 개막전에서 중국을 3-0으로 완파한 뒤 밀집수비로 나온 홍콩을 2-0으로 이겼다. 일본은 개막전에서 혼혈 공격수 저메인 료가 A매치 데뷔전임에도 전반에만 4골을 퍼붓는 맹활약에 힘입어 홍콩을 6-1로 대파한 뒤 중국을 2-0으로 이겼다.

득실차에서 일본이 +7를 기록, +5인 한국을 앞서기 때문에 15일 한일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하는 팀은 일본이다.

반면 한국은 반드시 이겨야 2019년 대회 이후 6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은 최근 일본과의 A매치에서 2연패를 당하는 중인데 이번에도 패하면 역사상 첫 한일전 3연패 수모를 당하게 된다. 홍명보호 입장에서도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다.

그런 상황에서 대회 킥오프 시간 등 모든 기준을 일본에 맞추게 된 것이 국내 축구팬들의 눈길을 끈다.

한국 대표팀의 경우, 국내에서 열리는 A매치는 거의 대부분 오후 8시에 킥오프를 한다. 2013년 6월 울산에서 열렸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최종전 이란전이 같은 시간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같은 조 경기와 동시 킥오프를 해야하는 관계로 오후 9시에 열린 적이 있지만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오후 8시에 열렸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다르다. 일본 축구대표팀의 경우, 시청률 극대화를 위해 1분 단위까지 쪼개 홈 A매치 킥오프 시간을 정하고 그러다보니 오후 7시24분이란 독특한 시각에 경기를 시작하는데 이번 한일전이 오후 7시24분 킥오프로 정해진 것이다.

EAFF의 헤게모니를 일본이 쥐고 있기 때문에 나온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대회의 경우, 일본 후지TV가 중계권을 각 나라에 판매했다. 한국에선 TV조선과 쿠팡플레이에서 TV와 온라인 중계를 각각 하지만 후지TV의 의도대로 일본 남자대표팀이 치르는 경기는 무조건 일본 중계에 맞춰 킥오프 시간이 결정됐다.

한국 대표팀은 일본전을 제외한 중국전과 홍콩전만 오후 8시에 치렀다.

EAFF가 일본의 강력한 주도권 아래 놓였다는 점은 오피셜 스폰서 현황을 봐도 잘 드러난다. 총 6개사가 오피셜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는데 극우기업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호텔 회사 '아파 호텔'을 비롯해 '인포마트', 'SCO 그룹', 'SFIDA' 등 4개 회사가 일본 기업이다. 한국에선 '쿠팡플레이'가 오피셜 스폰서로 등록돼 있다. 나머지 하나인 'HCL 테크'는 인도 기업이다.

중계권과 오피셜 스폰서를 꽉 쥐고 있으니 당연히 일본이 원하는 대로 대회 운영이 흘러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