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롯데 좌완투수 홍민기(24)는 지난 2020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고 화려하게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하지만 지난 해까지 뚜렷한 족적이 없었던 홍민기는 올해로 프로 6년차를 맞았음에도 '기대주'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시즌을 출발해야 했다. 올해 그의 연봉은 3100만원. 설상가상 올 시즌 출발도 좋지 않았다. 퓨처스리그 시즌 첫 등판이었던 3월 14일 KT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한 홍민기는 3⅓이닝 8피안타 6사사구 5탈삼진 13실점(11자책)에 그친 것이다.

잠시 자신을 '조정'하는 시간을 가진 홍민기는 4월 말부터 다시 퓨처스리그 무대로 돌아왔고 구원투수로 나와 시속 150km대 강속구를 연달아 투구하면서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5월에는 잠깐이었지만 1군의 부름을 받기도 했다. 홍민기는 두 차례 구원투수로 등판해 나름 인상적인 투구를 남기면서 코칭스태프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홍민기가 다시 1군으로 돌아온 것은 6월 18일 사직 한화전이었다. 이번엔 선발로 나갈 기회를 얻은 홍민기는 4이닝 4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이라는 기대 이상의 피칭을 선보이며 1군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선수임을 입증했다.

이 경기 이후 중간계투로 나오면서 1군에 잔류한 홍민기는 지난 8일 사직 두산전에서 또 한번 선발 기회를 얻었고 5이닝 3피안타 7탈삼진 1실점으로 눈부신 호투를 펼치며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부응했다. 무엇보다 사사구를 1개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제구도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사실상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로 던지는 '투피치 투수'임에도 슬라이더에 변화를 가하면서 상대 타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1군 무대에서 최고 156km에 달하는 불같은 강속구를 보여준 만큼 슬라이더의 위력도 배가된 상태다.

"제구는 많이 만족했다. 타자를 계속 빠르게 상대를 하다보니까 투구수가 많이 적어지더라. 그 부분에 만족했다"라는 홍민기는 "감독님이 기회를 많이 주셨다고 생각한다. 1군에서 많이 주목도 받고 결과도 나오니까 조금씩 욕심도 생긴다"라고 말했다.

홍민기와 배터리 호흡을 맞췄던 경험이 있는 신인 포수 박재엽은 "(홍)민기 형은 슬라이더가 커터처럼 들어와서 잡기 힘들다"라고 말했는데 홍민기는 "내가 투피치여서 슬라이더를 커터 처럼 140km가 넘게 던지기도 했고 타자 히팅 타이밍에 따라 130km 초반으로 느리게 던지기도 했다"라며 슬라이더에 변화를 준 이유를 이야기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후반기에 홍민기를 불펜 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 있음을 밝혔다. 롯데는 정현수가 리그 최다 출장 1위에 오르는 등 잦은 등판에 따른 후유증을 겪고 있고 김진욱, 송재영 등 필승카드로 쓰기에는 무리인 선수들이 있어 후반기에는 홍민기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홍민기는 "선발이든 계투든 내보내주시면 그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할 것이다. 필승조는 잘 모르겠다. (최)준용이나 (정)철원이 형처럼 경험은 없지만 그래도 시켜주시면 열심히 하겠다"라고 각오를 보였다.

롯데는 전반기에 부상 선수들이 속출했음에도 전반기를 3위로 마치며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었다. 후반기야말로 진짜 승부를 펼쳐야 하는 시간이다. 무엇보다 불펜 싸움에서 많은 팀들의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커보인다. 후반기 롯데 불펜의 새로운 키플레이어로 등장한 홍민기가 어떤 투구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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