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ALKOREA] 한휘 기자= 이미 '파행 운영' 끝에 벌어진 2008년의 '연습복 유니폼 사태'를 키움 히어로즈는 잊어버린 걸까.

키움 히어로즈 구단은 지난 14일 "홍원기 감독, 고형욱 단장, 김창현 수석코치에 보직 해임을 통보했다"라고 알렸다. 설종진 퓨처스팀 감독이 1군 감독대행을 맡고, 허승필 운영팀장을 신임 단장으로 임명했다.

성적 부진이 원인이다. 전반기를 27승 3무 61패(승률 0.307)라는 끔찍한 기록으로 마쳤다. 감독과 단장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대대적인 수뇌부 교체 소식에 키움을 둘러싼 여론은 그야말로 '대폭발'했다. 근본적인 구단 개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키움은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이탈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과거와 달리 유망주 육성이 미진했다. 냉정히 말해 올해 키움에서 특출나게 두각을 나타내는 유망주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감독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지지부진한 육성에 이해할 수 없는 선수단 운영도 겹쳤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아리엘 후라도-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라는 검증된 외국인 투수들을 내보내고 갑자기 외국인 타자 2명을 기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결국 올해 키움은 마운드도 무너지고 타자들도 힘을 못 쓰는 최악의 결과가 따라왔다. 이런 가운데 감독과 단장을 경질하고는 결코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운영팀장을 단장으로 선임했으니 팬들의 불만이 폭주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는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영구 실격 처분을 받은 이장석 전 대표의 자녀가 구단에서 두 차례 인턴 근무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특혜 의혹'마저 불거졌다. 비상식적인 운영 행태가 드러나며 키움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16일에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나서서 키움 구단을 비판했다. 선수협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최근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을 비롯해 수년째 비정상적인 운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키움의 행보를 규탄하는 바이며, 선수와 팬을 실망시키고 나아가 한국 프로야구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를 그만둘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렇게 키움을 둘러싼 이미지 하락이 이어지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메인 스폰서이자 구단 명명권을 갖고 있는 키움증권의 '계약 철회'다.

이미 히어로즈가 겪어 본 시나리오다. 히어로즈는 2008년 창단 당시 우리담배와 스폰서 계약을 맺고 '우리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KBO리그에 참전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첫 '명명권 계약'으로 주목받았다.

한 시즌을 가지 못했다. 히어로즈가 가입비 미납으로 KBO와 갈등을 벌이며 이미지가 훼손되자 우리담배 측에서 전반기도 채 끝나기 전인 7월 초 스폰서 권리를 포기했다. 졸지에 팀 이름에 '우리'를 못 쓰게 된 히어로즈는 당장 유니폼도 쓸 수 없어 한동안 연습복을 입고 경기에 나서는 굴욕을 맛봤다.

물론 어디까지나 '최악의 시나리오'다. 현실성은 미지수다. 야구라는 스포츠의 시장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진 지금 후원 계약 중지 절차가 기업의 뜻대로 진행된단 법은 없다. 법적 분쟁이 일어날 우려도 크다.

하지만 그런 극단적인 경우를 이미 겪어 본 적이 있는 이상,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인 행태가 반복되고 구단 이미지가 실추된다면 17년 전의 '연습복 사태'가 되풀이되지 말란 법은 없다.

키움증권은 지난 2023시즌을 앞두고 상위권을 질주하던 히어로즈와 2028년까지 스폰서 계약을 연장했다. 재계약 후 히어로즈는 3년 연속 최하위로 추락했다. 심지어 이젠 구단 운영 문제로 잡음까지 커지고 있다. 키움증권이 더이상 '키움'이라는 이름으로 야구단을 부르기 원치 않을지도 모르는 실정이다.

사진=뉴스1, 키움 히어로즈 제공,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