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는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T 위즈와 원정경기에서 10-0으로 이겼다.

후반기 첫 3연전을 스윕 승으로 장식한 한화는 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부터 9연승을 달리며 1위(55승2무33패·승률 0.625)를 더욱 굳건히 했다.

올 시즌 한화의 9연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화는 지난 4월 26일 대전 KT전부터 5월 11일 고척 키움전까지 12연승을 달린 바 있다.

8연승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4월 13일 대전 키움전부터 23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까지 8연승을 더해 총 3차례의 상승세가 있었다.

이글스 프랜차이즈 사상 가장 높은 승률로 정규시즌을 마친 1992년(81승2무43패·0.651)을 떠오르게 만드는 상승세다.

전신 빙그레 시절이던 한화는 그해 4월 더블헤더를 포함한 7연승을 달렸고, 5월에는 구단 역대 최다 14연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올 시즌 한화는 1992년 이후 33년 만에 1위로 전반기를 마쳤을 정도로 당시와 닮은 점이 많다.

하지만 정규시즌 우승에도 한국시리즈 왕좌는 차지하지 못했던 1992년을 넘어 올 시즌에는 가장 높은 곳도 넘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후반기가 갓 시작한 지금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게 올 시즌 한화의 자세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올 시즌 긴 연승이 몇 차례 나와 익숙한 감도 드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기사에 나오니 몇 연승 했는지 보고 알 뿐”이라며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신묘하게 모든 상황이 맞아떨어질 때 흔히 쓰는 ‘우주의 기운’ 표현을 빗대 “우주가 이름인 선수가 있어서 그런지 승운이 좀 따르긴 한다”며 웃었다.

신구장 대전한화생명볼파크의 개장 첫해이기도 하고, 외국인 원투펀치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는 난공불락의 투구로 리그 최정상급의 선발진을 이끌고 있다.

대체 외국인타자로 영입한 루이스 리베라토는 이적과 동시에 맹타를 휘두르며 기존 외국인타자인 에스테반 플로리얼을 밀어냈다.

국내 투·타에서도 류현진, 채은성이 중심을 잡으며 일부 선수들의 다치거나 부진한 가운데서도 후배 선수들과 힘을 모아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마무리투수로 발돋움한 김서현, 팀 내 수위타자(타율 0.322)로 성장한 문현빈을 비롯해 알을 깨고 나온 영건들도 눈에 띈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연승에 대해선 크게 생각하지 않지만, 지난해에 비해선 확실히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야수들을 보면 전반기에 어려운 경기를 많이 치르면서 이제는 한층 여유가 생긴 것 같다”며 “타석에서나 수비할 때 보면 좀 더 여유롭게 플레이하니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승운이 따르는 분위기가 느껴지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은 뒤에는 19일 경기를 떠올리기도 했다.

이날 한화는 노시환의 벼락같은 결승 홈런 이후 갑작스러운 폭우로 경기가 6회 강우 콜드게임 승리로 끝나며 필승조를 아낄 수 있었다.

류현진은 “어제 경기를 보면 (노)시환이가 홈런을 친 뒤 하늘이 우릴 도왔다”며 “불펜투수들도 충분한 휴식을 가질 수 있었다. 올해는 정말 우리 팀에 많은 운이 따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강우 콜드게임 승리로 휴식을 취한 필승조 박상원도 “아무런 문제 없이 등판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박상원은 20일 경기에서 2-0으로 근소하게 앞선 6회말 2사 만루의 위기를 극복해내며 한화의 승리를 지켰다.

수원｜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수원｜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