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형우 형 보면 그냥 행복해.”

메이저리그 통산 88홈런을 자랑하는 오른손 거포 패트릭 위즈덤(34, KIA 타이거즈)도 KBO리그에서 배움의 대상으로 삼는 선수가 있다. ‘타격장인’ 최형우(42, KIA 타이거즈)다. 물론 타격 장면이 아닌, 타격 이후의 모습을 유심히 보고 배운다고 하지만, 위즈덤의 20일 광주 NC 다이노스전 직후 발언을 종합할 때 절대 립 서비스가 아니다. 진심으로 최형우를 리스펙트하는 게 틀림없다.

위즈덤은 “형우 형을 보면 그냥 행복하다. 물론 형우 형이 좋은 결과를 만들지만, 내가 배우는 부분은 형우 형이 아웃됐을 때다. 형우 형의 리액션을 보고 많이 배운다”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난 아웃 됐을 때 상당히 격렬한 반응을 하는데 형우 형은 안타를 치든 아웃이 되든 되게 차분하다. 그런 부분을 보고 배우고 보람을 느낀다”라고 했다.

결국 위즈덤의 얘기는 최형우 특유의 평정심을 의미한다. 절대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하루 잘 쳤다고 너무 좋아하지도 않고, 하루 못 쳤다고 자신을 과도하게 비관하지도 않는다. 늘 평정심, 냉정함 속에서 자신의 루틴을 지킨다. 그리고 지나간 경기를 복기하고 다가올 경기를 준비한다. 늘 똑같이.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리그에서 실력을 겨뤄본 위즈덤의 시선에도 최형우 같은 선수를 쉽게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최형우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42세에도 야구를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심지어 매우 잘 하고 있다. 나아가 올 시즌을 마치면 FA 최대어가 될 게 확실하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게 아니라 방부제 수준이다.

위즈덤은 최형우처럼 40대가 돼서도 야구를 할 수 있을까. “진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라고 했다. 위즈덤이 언제까지 야구를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일단 KBO리그에서 성공할 발판은 확실하게 마련했다고 봐야 한다. 올 시즌 69경기서 253타수 67안타 타율 0.265 21홈런 53타점 53득점 출루율 0.368 장타율 0.581 OPS 0.949다.

위즈덤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전형적인 공갈포였다. 볼삼비가 안 좋고, 출루율이 떨어져서 실속이 떨어지는 타자가 될 위험성이 있다고 평가를 받았다. 물론 볼삼비가 좋은 편은 아니다. 41볼넷에 79탈삼진이니까.

그러나 출루율이 나쁘지 않은 건 결국 나쁜 공에 손이 덜 나가고, 일단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면 좋은 결과로 연결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의미다. 밀어치는 능력은 좋지 않지만, 몸쪽 코스에 대응하는 기술은 탁월하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 최형우도 일찌감치 위즈덤을 알아봤다. 최형우는 미국 어바인 스프링캠프에서 위즈덤이 스윙하는 것을 보고 단박에 “절대 공갈포 아니다”라고 했다는 후문이다. KBO리그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감했고, 결과적으로 타격장인의 눈과 촉은 틀리지 않았다.

위즈덤과 최형우는 전반기 내내 KIA 중심타선을 이끌어왔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나성범과 김선빈이 가세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김도영도 돌아온다. 아직 위즈덤은 KIA 타선의 파괴력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