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바야흐로 스포츠 마케팅 전성시대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를 비롯해 프로축구, 프로배구 등 국내 프로스포츠에 젊은 팬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마케팅 및 유통업계가 활황을 띠고 있다.

일례로 KBO리그 구단과 삼립SPC가 합작해 만든 '크보빵'은 출시 41일 만에 1000만 봉이 팔려나갔고, 최근 '크보빵 시즌2'가 출시됐다.

인기 캐릭터와 협업한 굿즈는 '오픈런 대란'을 불러일으켰다.

캐치 티니핑(KIA), 꿈돌이(한화), 피카츄(롯데) 등과 컬래버한 유니폼을 구매하기 위해 전날 새벽부터 판매처 인근에서 밤을 새우면서 구매하는 '캠핑족'이 생겨났을 정도다.

최근 K리그 팀들과 협업한 '산리오' 캐릭터 굿즈 역시 축구 팬들의 열띤 반응을 끌어냈다.

스포츠 굿즈를 향한 젊은 팬들의 소비문화는 흡사 아이돌 문화를 연상시킨다. 구단들 사이에서는 인기 캐릭터와 협업을 성사시키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이렇듯 젊은 팬들이 새로운 소비문화를 주도하면서 반사 이익을 얻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자수 가게'다.

구매한 유니폼에 선수들에게 사인 혹은 문구를 받은 팬들이 이를 영구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자수를 맡기기 시작하면서다. 이 역시 팬들 사이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자수 가게를 찾는 스포츠 팬들이 대폭 늘어났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자수 기술이 뛰어난 곳, 일명 '성지'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을지로에 위치한 방산시장에서 32년 동안 자수 가게를 운영 중인 강영현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팬들이 수시로 방문하면서 여러 차례 인터뷰가 중단되기도 했다.

강씨는 "코로나 전에도 스포츠 팬들이 종종 방문하곤 했는데, 코로나 시국이 끝나고 그 수가 엄청나게 늘었다. 작년부터는 쉬는 날 없이 매일 일하고 있다. 야구뿐만 아니라 축구, 농구, 배구 등 종목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거래처가 주 고객이었다면 지금은 스포츠 팬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게 강 씨의 설명이다. 코로나로 인해 쪼그라들었던 매출도 지금은 많이 회복됐다고 했다.

자수 가게를 방문한 한 팬은 "남들과 다른, 나만의 굿즈를 소유하고 싶어서 왔다. 한 번 맡겨보니 결과물이 만족스러워서 자주 찾고 있다. 직관을 가면 특별한 아이템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씨도 가게를 방문하는 팬들을 보면서 달라진 소비문화를 체감한다고 했다.

그는 "젊은 팬들을 보면서 새삼 '대단하다'고 느낀다. 내가 젊을 때만 하더라도 먹고살기 바빠 무엇하나 즐길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소비하고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됐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많은 분이 가게를 찾아주는 걸 보면서 일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 손님들에게 고맙기도 하다. 스포츠를 향한 지금의 열기가 계속 이어져서 우리처럼 반사 이익을 얻는 곳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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