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후벵 아모림 감독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자기 전술이라 할 만한 걸 완성하지 못했다. 다음 시즌을 그에게 맡겨도 될지 자꾸 의구심이 들게 만드는 결승전이었다.

22일 오전 4시(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에서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치른 토트넘홋스퍼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1-0으로 이겼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16위 맨유, 17위 토트넘의 '멸망전'이었다. 승리한 팀은 이번 시즌을 트로피와 함께 마무리하는 동시에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출전권을 갖게 되지만 패배하는 쪽은 21세기 최악의 시즌이 되는 경기였다. 그리고 최악이 된 건 맨유 쪽이었다.

이번 시즌 도중 부임한 아모림 감독은 약 반년 동안 맨유를 이끌었다. PL 성적이 하위권으로 떨어지고 유로파리그 결승에 오르자 대놓고 "리그는 버렸다"고 선언했다. 그 뒤 다양한 조합 실험과 훈련으로 결승전만을 준비해 왔기에, 부진한 경기 내용은 더 실망스러웠다.

경기 후 아모림 감독은 맨유의 경기력이 좋았다고 항변했다. 표면적으로는 맞는 말이었다. 슛 횟수 16회 대 3회, 점유율 73.4%로 압도한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용을 잘 보면 압도라 하기 부족했다. 토트넘은 슛이 고작 3개지만 기대득점(xG)이 1.01로 고효율 슈팅 3개를 날린 반면, 맨유는 16개 합쳐 고작 0.97이었기 때문이다. 맨유에 결정력이 뛰어난 선수가 있어야만 한 골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기회의 질이 형편없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번 시즌 맨유는 결정력이 최악인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결국 자책골에 가까운 실점 하나를 내준 순간 뒤집을 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특히 빌드업 상황에서 공이 제대로 전진하지 못한다는 점이 최악이었다. 아모림 감독이 스포르팅CP 감독 시절부터 갈고닦아 온 3-4-2-1 대형에 기반한 전술이 왜 이렇게 무기력한지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 모든 패스의 선택이 빤해 토트넘 선수들이 번번이 끊어냈다. 빌드업의 중심이 되어야 할 미드필더 브루누 페르난데스의 패스 성공률이 69%라는 믿기 힘든 수치까지 떨어졌다. 미드필더 파트너 카세미루는 79%, 윙백 파트리크 도르구는 73%에 그쳤다. 수비수 해리 매과이어를 전방으로 올려보내기 전까지 위력이 부족했다.

맨유는 예전만큼 많은 영입을 하는 팀이 아니다. 최근 구단주 교체로 인해 긴축 정책에 들어갔다. 다음 시즌 UCL 진출에 실패하면서 선수 영입에 대한 지원을 많이 받기는 힘들어졌다. 이는 아모림 감독의 전술에 맞게 선수단을 개편하려 해도 한계가 크다는 뜻이다. 맨유가 보유한 선수들 중에는 팔고 싶어도 구매자를 찾기 힘든 고연봉자가 수두룩하다.

그나마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다음 시즌에는 PL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정도다. 주중 경기를 최소화하면서 전술훈련을 더 오래 진행하고, 체력도 충분한 상태에서 PL 순위싸움을 벌일 수 있다. 달리 말하면 다음 시즌은 PL 4강 이내에 드는 게 필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